'고양이와 할아버지' - 잔잔한 힐링 영화, 애니멀치료영화

 

고양이와 할아버지

 

가족이 된 고양이

애니메이션 말고 일본의 영화 리뷰는 처음으로 작성하는데,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아주 심플했다. 잔잔한 영화를 찾고 있었는데 이 영화의 원작인 만화책을 아주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서 결정했다. 제목에서 보다시피 이 영화엔 작은 동물이 출연한다. 바로 고양이. 영화의 배경은 일본의 고양이가 무척이나 많은 작은 섬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도 일본에 어느 섬마을엔 고양이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이 살고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종종 사진으로도 봤었는데 낚시하는 사람 근처에서 낮잠을 자던 어느 고양이 사진이 떠오른다. 그 고양이 사진들을 모아서 고양이 사진집을 낸 사람이 바로 이 감독이라고 하니 고양이의 애정이 듬뿍 들어간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 마을을 모티브 삼아 여기 마을에 어떤 할아버지와 고양이의 관계를 그려냈다.  그 섬마을에 주인공인 할아버지와 6살 된 타마라는 고양이가 살고 있었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할아버지의 유일한 가족이 된 고양이 타마. 도시와는 다르게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그 둘은 서로의 유일한 가족이었다. 어느 날 조용하던 섬에 카페가 생겨난다. 조용했던 마을에 활기가 생긴 것도 잠시, 어느 날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유품인 요리 레시피를 찾게 된다.

동물과 인간의 조화

일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동물과 사람의 조화로움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 점이 제일 많이 보인다. 섬마을의 고양이들은 모두 각자 집이 있지만 또 갇혀 살지 않고 마을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마을 사람들과 마주치면 너무 반가워하며 귀여워해 주는 모습이 무척이나 따듯하게 보였다. 어딘가에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로운 고양이의 모습에 그 섬마을 사람들이 고양이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실제로 나도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가득했다.
특히 영화 초반에 고양이인 타마가 자신과 할아버지의 소개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 고양이스러운 생각이라 귀여웠다. 6살인 타마는 사람 나이로 치면 40대 정도의 나이라고 한다. 그렇게 소개를 시작하며 자신의 주인인 할아버지를 위해  자신이 산책을 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한숨 늘 포옥 쉬며 얘기하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 보듯 말이다. 고양이인 타마가 보기에도 자신의 주인을 더 챙겨줘야 할 대상으로 본 것 같았다. 내 고양이들도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했더니 타마의 대사가 우리 고양이에게 오버랩되면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노인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자신이 세상에 떠난 뒤 남겨지는 고양이 타마를 걱정한다. 언제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일에 보다 보니 내가 감정이 너무 이입돼 있었다. 정말 동물은 사람보다 수명이 너무 짧다 보니 이별에 대한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보통 집고양이의 수명은 대략 14년 정도라고 한다. 너무 짧은 시간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그 때문에 동물과의 관계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인, 그리고 앞으로의 삶

할아버지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섬마을에서 사는 것이 참 좋다고 한다. 시끄럽고 복잡한 도시 속은 그의 외로움을 더 느끼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할아버지에겐 도시에 사는 아들이 있었는데 아들은 계속 그에게 도시로 올라오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제안을 늘 거절한다. 할아버지의 생각을 보여주게 되는 계기는 조용한 섬마을에 새로운 카페가 생기고 나서 더 정점을 향해 간다.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는 더 이상 죽음을 지켜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감정교류를 하게 되고 친해지게 된다면 그 역풍은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그런 할아버지의 생각이 틀렸다고 하지 않는다. 죽음이 편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고 영화는 얘기하고 있다. 자신이 죽고 나서 남겨질 타마를 걱정했지만 결국 그는 자신이 없어도 타마가 마을 사람들에게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자신은 지금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의 걱정을 미루고 현재를 살아가려고 한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고양이와 매일매일 일상을 지내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