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 장애인의 시선으로 보는 냉혹한 현실을 그린 영화, 베니스 국제영화제 수상작

by hong0805 2022. 3. 13.
728x90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_포스터

 

답답한 화면 포커스로 보여주는 그의 현실


주인공 야코는 난치병인 다발 경화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가슴 아래로는 장애를 가지고 있어 휠체어에서 생활한다. 그의 질병으로 나오는 다발 경화증은 뇌, 척수, 그리고 시신경을 포함하는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만성 신경계 질환이다. 아직 원인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감각신경들이 손상되어 신경자극이 제대로 가지 못하는 병이다. 그로 인해 시력 퇴화와 척수로 이어지는 하체 부분이 감각마비로도 이어진다고 한다. 야코 역을 맡은 배우 마라아나 마야라는 실제로도 다발 경화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주인공 야코의 움직임을 실감 나게 했다. 영화 속 야코에게는 전화로 원거리 연애 중인 연인 시르파가 있었다. 그의 연인은 혈액염을 앓고 있었는데 치료를 위한 약을 먹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런 시르파를 보기 위해 천 킬로미터 떨어진 도시로 야코는 위험한 여정을 시작한다. 사실 야코는 집 밖을 나가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수군거리며 하는 얘기는 배려 없는 가시 돋친 말들이었으며, 집을 나서는 순간 밖은 영화 타이타닉처럼 침몰하는 배에 탄 위험한 항해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용기를 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한 위험천만 여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는 상상했던 건 것과는 달리 보는 내내 관객들을 답답하게 한다. 그의 보이지 않는 눈처럼 화면은 초점이 맞지 않아 안개처럼 뿌옇고 흐렸으며 야코의 걸음에 맞춰 이리저리 흔들린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흐린 시선 속에서 야코는 처참한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장애인인 그는 휠체어를 옮기는 것도 힘겨웠다. 택시를 세워 문을 여는 것도, 제대로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 길을 건너는 것도 그에게는 세상에 나와 겪는 힘겨운 모험일 뿐이다. 그런 그를 더 절망에 빠뜨리는 건 장애인들의 시선과, 도움은 커녕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다. 이 고난들이 바로 영화 제목에 들어가는 타이타닉처럼 위태로운 항해를 의미한다.


우리는 타이타닉을 볼 수 있다.


제목에서 타이타닉이 쓰였기 때문에 타이타닉에 대한 내용이 나온 줄 알았다. 이 영화와 타이타닉은 관계가 없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타이타닉이라는 것으로 투영하였을 뿐이다. 야코의 연인 시르파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 그는 야코에게 타이타닉을 보라고 추천해준다. 그런데 그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비 장애인들처럼 그는 영화를 가볍게 볼 수 없었다. 어느 날 장애인 시점에서 본 영상을 찾아본 적이었는데, 시력이 없는 장애인들이 화면에 나오는 배경을 내레이션으로 읊어주고 대사도 들려온다. 거기다가 언어가 다르면 대사를 번역한 자막도 소리로 들려온다. 모든 정보를 귀로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야코가 영화를 보기 싫어하는 이유가 이해가 됐다. 영화를 보면 자신이 장애인인 것을 체념하고 인정하게 되는 것이 싫은 이유였을 것이다. 우리는 영화는 보는 것이 당연하다. 눈으로 화면과 자막을 보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과 귀중 어느 것 하나라도 없게 되면 당연하게 하던 일들이 모두 피곤하고 끔찍한 일이 되어버린다. 작은 문화생활조차도 힘겨운 장애인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던 영상이었다. 휠체어에 의존한 채 움직이는 그는 위태롭고 서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가기 위한 야코는 단지 시르파를 보기 위해 움직였지만 나는 그가 세상을 향해 한 번 더 발걸음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 한 번씩 경련을 일으키는 몸을 이끌고 갈 수밖에 없었던 야코, 그리고 그걸 스크린으로 옮긴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생각하게 한다. 절실한 마음으로 연인에게 가는 야코가 겪는 비극적인 현실은 절로 눈시울이 붉혀졌다. 마지막 그녀에게 도착한 야코는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단지 그녀를 만나 감격스러운 느낌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화는 그 둘이 만나면서 끝을 맺는다. 영화가 끝난 뒤 여운이 많이 남는 내용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처음엔 화면 때문에 내용이 집중이 되지 않아 짜증스러웠지만 그만큼 야코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나중엔 내가 야코가 된 것처럼 시르파를 만나길 애타는 마음으로 감상했다. 스크린의 내용은 영화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도 그렇다고 생각하게끔 한다. 감독은 우리에게 그 점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시선으로 장애인들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들의 시선엔 우리가 어떻게 보일지, 그리고 그들이 우리처럼 행동하려면 얼마나 많은 용기와 현실 속에서 생활하는지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과는 다르게 보고 난 뒤 제목에 깊이 공감하게 됐다. 이영화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딱 제목 그대로다. 그 남자는 타이타닉이 보고 싶지 않다.

728x90

댓글